[히로시마, 카가와] 규슈에서 혼슈로, 그리고 시고쿠로

꽤나 이른 시간이지만 가고시마 추오역은 사람으로 매우 붐빕니다.
가고시마는 신칸센 종점이니 여기서 신칸센을 타면 다시 돌아가는 길 뿐입니다.
이 때 시간 좀 아껴서 미야자키 쪽으로 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가고시마에서 출발하는 신칸센까지는 전부 하카타에서 예약을 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신칸센을 타러 갑니다.

비록 JR에 따라서 규슈 신칸센, 서일본 신칸센 이런 식으로 나뉘지만
보통은 오사카에서 가고시마까지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종점 가고시마에서 오사카까지 직행으로 가는 것이 가장 멋지지만, 이번 목적지는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가고시마에서 눈 깜짝할 새...까지는 좀 오버고 거의 3시간도 안되는 시간이 흐른 뒤 첫 혼슈 도시에 도착합니다.
그 이름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히로시마.
서일본의 중심 도시...는 사실 오카야마쪽이 더 교통의 중심지지만 히로시마와 오카야마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좀 더 서쪽인 시마네 야마구치 쪽의 큰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왔으면 히로시마의 명물 오코노미야끼를 먹어봅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근처에 있는 나름 맛집이라고 소문 듣고 찾아온 나가타야.

줄을 서야 하기는 했지만 거의 자리만 꽉 찬 상태라 늦지 않은 시간에 바로 카운터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카운터석에 앉으면 이렇게 바로 철판 위에서 직원들이 바로 요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오코노미야끼라고는 부르기는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오코노미야끼와는 좀 많이 다릅니다.
우리가 아는 오코노미야끼는 오사카풍 오코노미야끼라고 부르는거고
히로시마풍의 오코노미야끼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소바가 베이스가 되는 것은 같지만 저렇게 그 위에 양상추 기타 고기들 그리고 전이 층층이 올라가죠.

일본 사람들은 구분하기 편하게 히로시마풍은 히로시마야끼라고 부르지만
히로시마 사람들에게 히로시마야끼라고 부르면 꽤 싫어한다고 합니다. 나름의 자존심이 있나봐요.
메뉴에 따라 들어가는 고기나 속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달라집니다.
저는 심플하게 오징어와 간단한 해산물이 들어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를 시켰습니다.

히로시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원폭돔입니다.
물론 핵이 두번다시 쓰여서는 안될 무기가 맞기는 한데 그래도 전범국이 평화를 외치는 것은 참 미묘합니다.
그냥 평화를 사랑합시다. 어쩔 수 없죠. 안그러면 또 핵을 맞을 수도 있으니

일본은 재해나 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으면 전국에서 종이학을 접어서 보내는 풍습이 있죠.
일본 입장에서는 역사에 남을 재난이니 여기에 모인 종이학의 규모도 역시 역대급입니다.
보면 참 단합이 잘 되는 나라같기는 한데... 또 보면 뭔가 미묘하고...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평화공원에서 히로시마 시내를 좀 걸어다닌 뒤, 다시 열차를 타고 미야지마구치역에 옵니다.
이곳은 세계 문화유산 미야지마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페리는 역시 jr 패스로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고요.

길가에는 사진과 같이 절대 귀엽다고는 할 수 없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고양이 동상이 있습니다.
아니 고양이인가? 신사니까 여우같은거 아닐까요? 아무튼 참 못생겼지만 개성이 강합니다.

미야지마까지 가는 페리가 있는 곳입니다.
근데 사실 근처에 히로시마 전철역도 있고 해서 일본어를 모르니 뭘 타야 할 지 좀 햇갈리더라구요
이럴 땐 바닥의 화살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배를 타고 한 20분만 지나면, 사진으로도 많이 본 이츠쿠시마 신사의 도리이가 보입니다.
하지만 뭔가 사진의 그 멋진 느낌은 잘 나지 않습니다. 썰물이라 바닥이 들어났거든요.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섬의 크기를 잘 예측을 하지 못해서 금방 둘러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크고 산 정상까지도 엄청 높더라구요.
그래서 간단하게 섬 입구까지만 구경하고 바로 돌아옵니다. 이런 멋진 곳은 다음에 각 잡고 제대로 와야죠.

다음 목적지로 가는 열차는 뜬금없이 호빵맨 래핑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 뜬금없는 것까진 아니고, 다음 목적지인 다카마츠가 바로 호빵맨 작가의 고향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로 다카마츠로 가지는 않고, 중간에 잠깐 길을 빠져 나와 우타즈라는 곳에 옵니다.
다카마츠와 우타즈가 있는 카가와현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이 있는 동네거든요.

그 중에서도 특히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 중 하나인 오카센이 바로 이곳 우타즈에 있습니다.
사실 카가와에 있는 우동집은 왠만하면 다 맛있습니다만, 그래도 검색해서 나온 곳이니 한번 가봐야죠.

이곳은 특이하게도 우동을 차갑게 해서 먹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의 우동은 탱탱하다못해 쫄깃한 식감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죠.
그 쫄깃함은 차가우면 더욱 극대화되기 때문에 이 동네는 차가운 우동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그 식감은 단순히 놀라운 수준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우동을 먹으면 보통 부드럽고 먹기 편한, 사실 한국도 아니고 당장 가고시마에서 먹은 우동도 그랬지만
여기는 마치 떡처럼 이빨로도 잘 잘리지 않을 정도로 면의 식감이 엄청납니다.

충격적으로 맛있던 우동도 먹었고, 이제 숙소가 있는 다카마츠로 갑니다.
카가와현의 현청소재지고, 시고쿠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고쿠에는 첫발을 내밀게 되네요.
역이 뭔가 인상깊죠? 역에 스마일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시고쿠 스마일 스테이션이라고까지 자랑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