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이번에는 먹는 타임

어제의 교훈을 잊지 않고 이번엔 푹 자고 일어납니다.
사실 다음 목표가 남바 한복판이라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거든요.
남바 중심가에 위치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오사카 뿐 아니라 일본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큰 백화점입니다.

타카시마야 7층에 위치한 식당가에 있는 양식 레스토랑 동양정
이곳과 우메다 한큐 백화점에도 분점이 있는 꽤 유명한 식당입니다.
사실 일본의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식당은 대부분 그 지역의 알아주는 맛집이기는 합니다.

밖에는 메뉴들이 있습니다. 양식집이라 스테이크도 팔고 이것저것 팔지만, 주력 메뉴는 바로 함박 스테이크죠.
그리고 다른 것보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토마토
솔직히 말해서 주력인 함박 스테이크보다 곁들이로 나오는 토마토 셀러드가 더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는 거의 백화점 열리자마자 온 편인데, 대기줄에 서자마자 뒤로 저렇게 줄이 생깁니다.
백화점만 열었지 식당은 아직 열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운이 참 좋았습니다. 사실 좀 더 늦어지면 여기 포기하고 다음 일정으로 가야 하니까요.

드디어 오픈을 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비교적 고풍적인 가구들이 있고 직원들이 꽤 정중하게 접대를 합니다.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직원들을 지휘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죠.

드디어 나온 동양정의 명물 토마토 샐러드.
야채 샐러드 위에 토마토가 있고 그 위에 소스가 뿌려진 매우 심플한 구성입니다.
샐러드 접시에도 토마토가 그려져 있는 것이 매우 귀엽습니다.

심플한 구성만큼 맛도 심플할 것 같지만 정말 오묘하게 맛있습니다
토마토는 질 좋은 토마토라 말할 것이 없는데, 토마토 위의 빨간 소스와 야채에 뿌려진 하얀 소스가 찰떡궁합입니다.
저는 원래 설탕 안뿌린 토마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맛있네요. 괜히 시그니쳐 메뉴가 아니에요.

그리고 빵과 함께 본격적인 메인 메뉴인 함박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함박 스테이크는 저렇게 호일에 쌓여서 열기를 보존하는 것이 특징이죠.
빵은 간단하지만 깔끔한 맛입니다. 버터를 발라 먹었습니다.

호일을 뜯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스테이크가 보입니다.
두툼한 스테이크 위에 큼직한 고기가 한덩이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사실 함박 스테이크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나름 고기 씹는 맛을 좋아해서 함박 스테이크는 뭔가 뭉개진 맛같거든요.
근데 여기는 한입 한입 육즙이 나오는 수준이 차원이 다릅니다.
식감이야 어쩔 수 없지만 뜨거운 육즙과 소스의 궁합이 아주 찰떡궁합이죠.
단연 먹어본 함박 스테이크중에서는 최고였어요.

같이 나온 감자도 참 맛있었습니다.
사실 감자는 맛이 없을 수 없습니다. 신이 준 음식이니까요.

맛있는 것도 먹었으니 다시 남바를 돌아다녀봅니다.
남바 메인 스트리트는 각종 음식과 쇼핑몰이 가득이지만 살짝 뒤로 돌아가면 생필품들을 팔기 시작하죠.
특히 칼이나 타코야끼 기계같은 조리도구들이 인상깊습니다.

그리고 분명 방금 밥을 먹었지만 또 간식을 먹어줍니다.
이번에는 오코노미야끼. 배가 부르지만 먹는 이유는 히로시마에서 먹은 히로시마야끼와의 비교를 위해서입니다.

뭔가 층층이 올라가 볼륨감이 느껴지는 히로시마야끼와는 다른 오사카풍 오코노미야끼.
사실 우리가 잘 아는 오코노미야끼는 이쪽이죠.
제 취향은 히로시마야끼쪽이지만, 가격은 사실 이쪽이 더 저렴하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취향이 아니란거지 맛이 없다는건 아니에요. 오사카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죠.

그렇게 먹어서 배가 터질 것 같지만 사람에게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요.
크레페는 제가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가게가 보일 때마다 먹습니다. 후후

그 다음 목적지는 오사카역입니다.
언제 봐도 저 거대한 지붕이 참 인상적입니다.
물론 역사 내에서는 플랫폼 지붕때문에 저게 보이질 않고 밖엘 나와야 그나마 보이죠.

제가 굳이 오사카역에 온 이유는 바로 오사카의 명물, 몽슈슈 도지마롤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남바나 오사카 주요 역에서 다 체인점이 있지만 그래도 굳이 한번 본점을 찾아와봅니다.

본점 답게 롤만 파는 체인점과 달리 다양한 디저트류를 판매합니다.
뭐 세상에 맛없어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혼자 다 먹기는 무리니까 몇가지만 사고 갑니다.
당장 먹고 싶지만 그러기엔 지금까지 먹은 양이 너무 많죠.

그리고 신오사카역으로 가줍니다.
오사카 하면 떠오르는 역은 보통 남바역과 오사카역인데, 슬프게도 두 곳 모두 신칸센이 안가거든요.
그래서 오사카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신오사카역까지 와야 합니다.
이곳도 신고베역처럼 주변에 딱히 뭐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이 신식이고 참 이쁩니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30분만 지나가면 드디어 일본 최고의 도시, 교토에 도착합니다.
내부부터가 인상적인 교토역. 개인적으로 나고야역, 삿포로역과 함께 일본에서 제일 좋아하는 세 역 중 하나에요.
내부의 높은 지붕에서 보이는 그 웅장함과 거대함이 유난히 돗보이는 역이니까요.
크기는 나고야역이 더 크겠지만 이렇게 탁트인 개방감을 느끼려면 교토역으로 가야 합니다.

근처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좀 쉬고... 목욕탕 가서 씻기까지 한 다음
다시 교토역으로 가봅니다. 교토의 또다른 명물 교토 타워 옆으로 달이 이쁘게 떴네요.

굳이 교토역으로 다시 온 이유는 교토의 야경을 보기 위함입니다.
교토역의 명물인 교토역 대계단은 밤에 가면 이렇게 이쁘게 조명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교토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교토역이 그렇게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교토시 전체에 교토역보다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교토역 옥상만 올라와도 교토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죠.
물론 나가사키나 고베에서의 그 웅장함은 없지만, 뭔가 소박하면서 깨끗한 교토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교토의 야경 뿐 아니라 교토역의 밤의 모습도 참 이쁩니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덕분에 뭔가 복잡하고 규칙성은 없지만 거기서 나오는 신비함이 있죠.
이렇게 뭔가 먹기만 하고 끝난 것 같은 오사카에서 교토로 오는 길이 끝이 났습니다.
교토와 오사카는 일본을 맨 처음 왔을 때도 왔지만 다시 와도 늘 재밌고 새로운 곳입니다.
괜히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