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일본 전국 일주

[호쿠리쿠] 찰나의 실수! 뜬금없이 도야마로

여행하는 대파 2019. 6. 16. 20:41

교토에 왔으니 교토를 둘러봐야죠. 이날은 아침 일찍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가보려 했습니다.

 

일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 가장 일본다운 곳으로 유명한 후시미 이나리 신사.

 

하지만 사진은 정말 뜬금없이 왠 바다? 호수같은 곳이 나옵니다.

 

게다가 맑고 포근했던 교토와 달리 눈까지 쌓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사실... 교토역에서 나라선을 타고 후시미이나리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뭔가 눈 앞에 보이는 열차가 급하게 출발하는게 보여서 일단 탔거든요.

 

항상 열차를 잘못 타도 내려서 다시 천천히 돌아오면 되겠지... 하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제가 탄 열차는 교토에서 가나자와로 직행하는 초특급 썬더볼트

 

무려 다음 정차역은 교토에서 100km 떨어진 후쿠이(...)

 

그렇습니다. 실수로 탄 열차를 돌아가기 위해 다음역에 내려봤자 100km 뒤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실수라고 부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역대급으로 열차를 잘못 탄 것이죠.

 

다행히 JR 소속 특급 열차라 JR패스로도 탈 수 있어서 돈을 더 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열차는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를 따라 열심히 달립니다.

 

반대편 육지가 저렇게 멀리 보일 정도로 정말 엄청 큰 호수네요.

 

그리고 터널을 몇 개 지나고 나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호쿠리쿠 지방에 발을 딛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일본 남쪽 대도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눈이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창밖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눈이 올 때 가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원래는 진짜로 여행 초기부터 단 한번도 올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얼떨결에 오게 된

 

그리고 미래에 정말 자주 오게 될 도야마역에 첫 발을 딛게 됩니다.

 

불과 한시간만에 포근하고 겨울같지 않았던 교토에서 눈때문에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다니

 

지금은 지도 없이도 어디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본 도야마지만, 이때는 사고로 와서 정보를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애초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딜 가는 것도 무리였고요.

 

방지턱 쇠사슬에 고드름 달린거 보이세요? 참 세상에

 

잠깐 역 주변만 돌아다니는데도 쌓인 눈 때문에 보통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별 불편함 없이 편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익숙함이 더 대단하네요

 

눈이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아예 길가에 물을 뿌리는 장치가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나중에 제설할 때 좀 더 편하겠죠.

 

지금 가고 있는 곳은 도야마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칸스이 공원입니다.

 

하지만 인도와 다르게 공원쪽은 아예 제설 자체를 안해서 그냥 걸어갈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좀 사람 지나갈 수 있게 작은 오솔길 수준으로 눈을 파놔서 거기만 지나갈 수 있죠.

 

그리고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라고 하기엔 그냥 공원에 있는 평범한 카페지만요.

 

예전에는 스타벅스는 대부분 도심 한복판의 빌딩 속에 있었는데

 

이 스타벅스는 당시엔 파격적으로 공원 한복판에 생겨서 그렇다는 평이 있기는 합니다.

 

거품이라는 평도 있지만 솔직히 그냥 이쁜건 사실이니까요

 

전세계 스타벅스가 어딜 가도 다 똑같지만, 너무 힘들어서 일단 들어와서 따뜻한 차를 마십니다.

 

폭설의 눈길을 걷는게 이렇게 힘들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근데 안에서 보는 경치는 정말 좋네요. 공원 중앙에 운하가 있어서 눈과 운하의 경치가 엄청 좋거든요.

 

스타벅스 앞에는 멋지게 생긴 다리도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운하가 운행할 때 배가 지나갈 수 있게 아치형으로 만들어놨네요.

 

다리의 기둥이 벽돌로 되어 있어서 더욱 멋집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본 도야마 노면전철 모에 캐릭터...

 

이런 일본의 문화는 참 대단하고 신기합니다. 어쩌면 나라가 이렇게 한결같을 수 있는지

 

그리고 교토로 돌아가기 위해 카나자와에 들렀습니다.

 

역 앞에 있는 거대한 문이 너무나도 인상적인 곳이군요.

 

그리고 소나무에 줄같은 걸로 매달아놨는데, 소나무 위에 눈이 쌓여서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는군요

 

그리고 역 앞에 인상적이었던 시계.

 

물이 나오는 것을 이용해 시간도 보여주고 글자도 표시해줍니다.

그렇게 뭔가 한 것도 없이 호쿠리쿠만 다녀왔는데 하루가 끝나갑니다...

 

하지만 정말 전혀 몰랐던 호쿠리쿠 지방을 알게 된 나름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떠올려 나중에 다시 가게 되고 이후에 호쿠리쿠 처돌이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래도 교토에 왔는데 교토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게 너무 억울해서 한번 아라시야마에 왔지만...

 

역시 일본의 유적지는 밤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길가에 조명같은걸 놔서 밤의 대나무길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네요... 오히려 무서운 편입니다. 내일이 있으니 아라시야마는 내일 아침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