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쿄에서 나고야까지

[여행스케치] 오이카와 SL철도 여행기

여행하는 대파 2019. 6. 27. 22:47

입시하고 첫 휴가. 이번 휴가의 주제는 후지산으로 잡았습니다.

 

아니 물론 데레 4th 라이브도 가고 러브라이브 선샤인 성지순례도 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니 나중에 다시 올리도록 하고

 

 

사실 후지산은 볼 수 없었습니다. 누마즈를 가기 전 한바탕 비가 오더니

 

(저 구름 속 어딘가에 후지산이 있습니다)

 

물론 후지산만 빼면 날씨는 맑아서 누마즈 성지 순례는 깔끔하게 마쳤지만

 

문제는 시즈오카현 자체가 관광의 50% 가까이를 저 후지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남은 40%도 대부분 도쿠가와 이에야스나(고향도 아니면서...) 녹차 스시 장어 이런거라

 

저런거에 관심 없는 저는 이대로 여행이 망하는건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시즈오카 관광 팜플랫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오이가와 철도입니다

 

일본 유일의 증기기관차와 일본 유일의 아프트식 철도를 운영하는 곳!

 

요즘 묘하게 철덕으로 성장하고 있는 저에게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죠

 

 

여행의 시작은 하마마츠에서 시작합니다.

 

하마마츠는 시즈오카의 한 도시지만 사실 현청 소재지인 시즈오카보다도 인구도 크고 경제규모도 큽니다.

 

 

하마마츠 역 앞 전경입니다. 랜드마크인 ACT호텔 빌딩이 서 있습니다.

 

사실 하마마츠는 현은 시즈오카 소속이지만 도시권은 나고야와 가깝다보니 시즈오카보다 더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원래 하마마츠현이라는 별도의 현이었는데 강제로 합병되다보니 지금도 시즈오카에서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하마마츠 역 앞의 엔테츠 백화점 앞은 평일 아침인데도 간이시장으로 북적북적합니다.

 

밤에는 버스킹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많고 역시 간이시장으로 시끌벅적하죠.

 

엔테츠는 하마마츠시에서만 운영하는 작은 지역 철도회사임에도 상당한 규모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하마마츠역에서 40분, 시즈오카라면 한 20분 정도 기차를 타고 오면 카나야역에 도착합니다.

 

카나야역 자체는 시마다(?!)시의 작은 역에 불과하지만

 

 

그 옆의 오이카와 철도 카나야역은 나름 일본에서도 꽤 독보적인 철도입니다.

 

2개의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2개의 노선 전부 '일본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일단 카나야역-신카나야역 사이에는 별거 없는 평범한 지방 철도가 돌아다닙니다만

 

 

신카나야역입니다. 토마스들의 부담스러운(?) 얼굴이 저희를 반기네요

 

 

벤치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오이카와 선의 상징, '진짜' 증기기관차입니다.

 

 

단순히 외향만 증기기관차처럼 만든게 아니라 진짜 증기기관차입니다.

 

이렇게 수시로 석탄을 넣고 있는 직원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기차 내부 역시 이 열차가 엄청 오래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알못이라 가이드의 설명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쇼와 한자리 수 시절부터 운행하던 열차라는 것 같더군요.

 

 

물론 100% 증기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뒤에 전기 구동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혹시 모를 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고 평상시에는 거의 대부분 기관차의 동력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너무 수상해서 살 수 밖에 없었던 후지산 콜-라

 

ㅋ콜라인데 색은 흰색입니다. 근데 맛은 묘하게 콜라맛이 나기도 하고 아무튼 신기한 맛입니다.

 

레트로한 디자인이 오래된 열차와 잘 어울리는군요.

 

 

 

관광객들을 반겨주는 직원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였지만요.

 

원래 기점인 카나야역에서 오이카와선의 종점인 샌즈역까지 편도만 1800엔이 넘고

 

샌즈역에서 이카와역으로 갈아타야 하지만 4700엔인 2일 패스를 사용하면 구간 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차라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이렇게 창문을 활짝 열고 몸을 밖으로 내밀고 사진을 찍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오이카와선은 선명대로 오이카와강을 따라 산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만 가을이라 가무는 시기다보니 오이카와강의 수량은 그리 많지 않네요.

 

 

시즈오카는 녹차 생산량 일본 1위

 

열차를 타도 이렇게 녹차밭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철도같이 탁트인 곡선을 따라 가면 증기기관차가 진짜 연기를 뿜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 좋은데 터널을 지날때면 창문으로 연기냄새가 직통으로 들어옵니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경험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확실히 재밌었어요

 

 

댐이 정말 많습니다.

 

농수용으로도 쓰고 전기생산용으로도 쓰이죠. 다만 일본의 산 특성상 그렇게 생기는 호수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호수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아요.

 

 

열차에 붙어있는 도카이 지방 열차 노선도

 

산속까지 빽빽하게 노선이 배치되어있는 걸 보면 정말 오래된 지도라는 느낌이 옵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 폐선되었을 노선들이지요...

 

 

그렇게 1시간 30분 넘게 열차를 타고 오면 종점인 샌즈역에 도착합니다.

 

이 SL노선은 급행 노선이라 많은 역을 넘어가지만 샌즈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일반 노선보다 더 오래 걸립니다

 

아무래도 기관차다보니 전철보다 속도가 많이 느리죠...ㅋㅋ

 

 

역 내에 붙어있는 신문 스크랩.

 

앞으로 가게 될 이카와선의 레인보우브릿지가 가고 싶은 철도 다리 2위에 선정되었다고 하는군요...

 

근데 1위는 열차 아래를 볼 수 있는 그런건가 보군요? 나중에 가봐야겠네요

 

 

샌즈역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카와선은 열차가 정말 작습니다.

 

한줄에 세 좌석이 있는데 그마저도 작은 좌석에 복도도 좁습니다. 그냥 보면 장난감 같은 기차죠.

 

아무래도 정말 급한 경로로 운행하다보니 최대한 가볍게 열차를 만든 것 같습니다.

 

 

아까전의 SL 기관차만큼은 아니지만 이 열차도 만만찮게 오래 된 열차입니다.

 

개통한지 25주년이라고 하는군요.

 

 

이 노선을 따라 가면 구름다리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가물어서 강이 좀 만만해 보이지만 저 자갈들을 보면 만수일 때의 강 폭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겠죠

 

 

사실상 운영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한 간이역들.

 

ㅇ이제 이카와선은 거의 관광 노선으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몇몇 온천이 있거나 하는 곳이 아니면 역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이카와선은 전차지만 평균 기울기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SL 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서행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도 이렇게 창을 열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죠.

 

구식 열차라 냉방 시스템이 전혀 없지만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가면 더위를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면 갈수록 건물의 형태조차 없는 간이역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계곡과 산의 만남.

 

구비구비 흘러가는 오이카와강과 빽빽한 산림이 멋진 관경을 만들어 내는군요

 

 

지나가다 보이는 무지개같은 다리와 강. 그리고 산

 

깊숙한 산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이 정말 많습니다.

 

 

창 밖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터널과 다리, 강과 산을 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평소에는 찍을 수 없는 장면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카와선 전 노선이 아프트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고

 

아프트이치시로역에서 나카시마댐역 사이만 아프트식으로 운영이 됩니다.

 

애초에 교통을 목적으로 만든게 아니라 댐을 만들려고 만든 노선이니까요.

 

그리고 아프트식은 속도가 매우 느리고 소음과 진동이 심하기 때문에 전노선을 이걸로 깔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아프트식이란 위의 사진과 같이 톱니바퀴같은 레일에 톱니바퀴로 운행을 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일반 레일보다 저항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상당히 가파른 노선도 오르내릴 수 있죠.

 

실제로 여기서 나카지마댐 역까지의 경사는 자동차로도 수동은 기어변속 잘못하면 끙끙댈 것 같은 그런 기울기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푸르고 투명했던 오이카와강과 달리 여기서부터는 강물이 약간 뿌연 청록색입니다.

 

석회나 부유물의 영향일까요??

 

 

그렇게 톱니바퀴의 덜컹거림을 버티면서 한참을 오르다보면

 

해발 480미터에 위치한 나카지마댐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큰 규모의 댐은 아니지만 깊숙한 산 속에서 열차를 타고 만나는 댐은 다소 이색적입니다.

 

 

 

 

나카지마 댐을 뒤로 하고 호수를 따라 달리다보면

 

ㅇ이제 아까 그 신문에서 봤던 레인보우 브릿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놀랍게도 레인보우 브릿지 위에 위치한 오쿠오이코조 역 '위'입니다.

 

역 위인데 어떻게 이런 구도가 나오는지는 이따가 설명해드리죠~

 

 

그리고 곧 우리는 종착역인 셋쇼코 온천역에 도착합니다.

 

보통의 관광코스는 이렇게 온천역까지 온 뒤 여기서 온천으로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기관차를 타고 내려가는겁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즉흥적으로 여행을 오다보니 숙소를 예약할 겨를이 없네요 ㅜㅜ

 

 

사실 이카와 노선의 최종 종착역은 이카와호수가 있는 이카와역까지입니다만

 

슬프게도 2014년에 산사태로 인해 현재는 셋쇼코 온천까지만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음달즘이면 복구가 되고 정상 운행을 한다니 그때를 기대해야겠군요

 

 

 

지나가다 보인 폭포수.

 

사실 이 노선 관광의 백미는 지금부터입니다.

 

셋쇼코 온천이 종점이라고 해서 절대로 기다렸다가 돌아가는 열차를 타서는 안됩니다.

 

셋쇼코온천에서 오쿠오이코조로 돌아가는 언덕을 넘다보면

 

 

!!!!

 

 

호수의 산에 문자 그대로 '걸터있는' 오쿠오이코조역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역 크기보다도 작아서 역이 다리 위까지 연장되어 있을 정도로

 

표현하자면 산 위에 걸쳐진 역과 레인보우 브릿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저 다리 위에 있는 역까지 어떻게 가느냐...

 

는 다리로 건너갑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열차 레일 옆에 보행자용 도로가 있습니다

 

근데 고소공포증 있으신 분들은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겁나서 바들바들 떨면서 건너갔네요 ㅜㅜ

 

 

이 역은 당당하게 중부지방 역 100선에 들었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전국을 대상으로 골라도 충분히 순위권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역이었습니다.

 

 

 

사실 기차가 도착하고 회차하는데는 약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그리고 다음 열차는 1시간 뒤에 있으니 우리에게는 30분과 1시간 30분의 선택을 해야 하죠.

 

온천에서 묶고 간다면 걱정 없이 주변 자연을 만끽하겠지만

 

11시 반에 출발했던 것이 종점에 도착했을 때가 3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일본의 산속은 일찍 해가 지고 일본의 가게들 역시 만만찮게 일찍 닫기 때문에 저는 왠만하면 일찍 돌아가야 했죠.

 

다만 셋쇼코 온천에서 오쿠오이코조역까지의 경로는 상당히 험하고 경사가 있습니다

 

여행을 가실 분들은 저처럼 캐리어 들고 가지 마시고 꼭 코인락커에 맡기고 오세요..ㅜㅜ

 

 

돌아가는길에 다시 만난 나카지마 댐

 

아까와 달리 지금은 석양을 받고 노랗게 물들어 있네요~

 

 

해가 지는 시간이다보니 아까 봤던 길도 전혀 색다르게 느껴지네요

 

 

아프트식은 내려갈 때에도 적용됩니다.

 

워낙 가파른 경사이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물론 내려갈 때에도 아프트식이 아니면 쉽게 내려갈 수 없어요

 

 

돌아갈 때에는 기관차가 아닌 평범한 전철을 타고 갑니다.

 

하지만 워낙 피곤하다보니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기억에 없을 정도로 꿈뻑 졸고 말았네요

 

 

다시 돌아온 하마마츠역.

 

시즈오카쪽에서 출발하는 일반 열차는 왠만하면 종착역이 하마마츠이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와야 합니다.

 

사실 기왕 다시 돌아온거 그냥 여기서 자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숙소가 전멸인 상황이더군요

 

 

하마마츠 역 앞은 낮이고 밤이고 시끌벅적합니다.

 

ㄴ늘 누군가는 저렇게 역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는 하네요. 흥겨운 분위기가 맘에 든 동네였어요.

 

 

 

하마마츠의 명물이라는 하마마츠 교자

 

와 세트로 나온 츠케멘

 

하마마츠의 교자의 특징은 같이 나오는 숙주라고 합니다.

 

안의 육즙이 그대로 터져 나오는 아주 진하고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숙소를 검색해보니 저렴하게 묵을 곳이 나고야쪽의 게스트하우스밖에 없더라구요.

 

물론 다음 일정이 나고야긴 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나고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고야의 상징인 크고 거대한 나고야역.

 

제가 나고야에 맨 처음 갔을 때가 2013년인데 그때만 해도 2개였던 빌딩이 어느새 4개까지 늘었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JR 본사는 단연 JR 홋카이도의 삿포로역이지만 나고야역도 그 크고 거대한 웅장함때문에 정말 좋아합니다.

 

 

10월 말에 열리는 멧세 나고야로 치장된 나나쨩.

 

이걸 봐야 나고야에 왔다는 기분이 들지요

 

아무튼 진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전혀 계획에 없던 오이카와 철도 여행이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정말 전혀 생각도 못했던 곳이라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곳이었네요

 

증기기관차와 아프트식 철도, 일본의 강과 산을 볼 수 있었던 알찬 여행인 것 같네요.

 

다만 겨울 비수기의 화, 목에는 운휴를 한다고 하니 혹시 가실 분들은 사전에 이것저것 잘 알아보고 가시는걸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