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3. 22:33ㆍ2016년/일본 전국 일주
아침의 타카마츠역. 밤보다 스마일이 훨씬 잘 보입니다.
타카마츠도 리츠린 공원 같은 볼거리가 이것 저것 있지만, 오늘도 역시 먼 거리를 이동할 예정이므로
역 근처만 가볍게 돌아다니고 떠납니다. 타카마츠의 중심가는 역 근처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거든요.
타카마츠 시내를 돌아다니는 타카마츠 철도의 시작역인 타카마츠 칫코역
타카마츠 역과 타카마츠 항구가 모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타카마츠의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만 합니다.
역에서 한 10~15분만 걸어가면 아케이드 거리가 나옵니다.
이 아케이드는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인데 물론 그걸 다 걸어다닐 필요는 없고
우동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아침부터 우동집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어제 간 오카센이 깔끔하고 본격적인 우동집이라면, 이곳은 좀 더 서민적이고 부담없는 느낌이네요
어제는 차가운 냉우동을 먹었다면 오늘은 아침이기도 하고 따뜻한 국물과 치쿠와 튀김도 함께 합니다.
따뜻한 국물이라 냉우동만큼의 면의 탄력은 없지만, 여전히 다른 우동에 비하면 엄청 쫄깃한 맛입니다.
이러면서도 가격이 400엔이 되질 않으니 정말 저렴하죠.
어제 오는 길에 호빵맨 열차를 탄 것에서 알 수 있듯 이곳 타카마츠는 호빵맨 작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근데 사실 호빵맨 박물관은 고베에 있죠. 어제 호빵맨 열차를 탄 것으로도 저는 충분합니다.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까
다시 열차를 타고 혼슈로 돌아갑니다. 어제는 밤이라 보이지 않았던 세토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혼슈에서 시고쿠로 들어오는 다리는 세개 있는데 하나는 유명한 고베의 아카시 대교, 히로시마의 시마나미카이 도로
그리고 이 세토대교뿐이죠. 아카시대교는 거대하긴 하지만 아와지섬과 연결돼 길이가 짧고
시마나미카이 도로는 다리라기보다는 섬과 섬으로 연결된 해도에 가깝죠. 그래서 이 세토대교가 상징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 다리 중 유일하게 철도가 다니기도 하고요.
어제는 그냥 열차만 환승하고 지나쳤던 오카야마
시고쿠로 들어가는 유일한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기도 하고, 서일본의 교통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모든 일본 동네가 그렇지만 이곳도 잘 꾸며진 아케이드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타카마츠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많은 가게가 있네요. 큰 호텔과 상점도 있고
이제 여기서 돗토리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갑니다.
그런데 짜잔~ 갑자기 히메지로 와버렸습니다.
사실 오카야마에서 시간이 있어서 빈둥거리다 열차를 놓쳤거든요...
어쩔 수 없이 히메지에서 돗토리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히메지로 와버렸습니다.
신칸센을 타지만 어짜피 JR 패스가 있으면 무료니까요.
밖의 날씨도 참 좋습니다
이 철도가 중간에 사철 구간을 지나서 사철 구간만큼의 돈은 제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요...
알고 보니 JR 패스에도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읽지 않은 제가 바보였죠.
뭐 사실 알았더라도 여길 지나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습니다
(사진은 흐리지만) 히메지에서 돗토리까지 가는 급행 열차의 종착역은 재밌게도 돗토리가 아닌 쿠라요시입니다.
쿠라요시는 돗토리 중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는 적지만 이래뵈도 돗토리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죠.
근데 열차 놓친 것 때문에 시간도 애매하게 늦고 눈도 오기 시작해서 관광 안내소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생각이었지만 전혀 자전거를 타고 다닐 기상 상황이 아니었네요.
그래도 관광 안내소 직원 분이 한국어로 너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서 하천가를 걸어갑니다.
하천가에 있는 나무들이 전부 벚꽃나무네요. 봄에 오면 참 이쁠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굳이 힘들게 걸어가서 도착한 곳은 카페 다이아나.
쿠라요시 역에서도 거리가 있고 중심가에서도 거리가 있는 살짝 애매한 곳에 있는 카페입니다.
굳이 이 먼 길을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이것, 치쿠와 파르페를 먹기 위해서입니다.
달콤한 디저트인 파르페에 오뎅의 한 종류인 치쿠와를? 아무리 생각해도 괴식일 수 밖에 없죠.
사실 게임회사 코나미에서 만드는 리듬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먹는다는 설정인데
이 캐릭터들의 지역 배경이 이 쿠라요시라서 이 카페에서 그 괴식을 재현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풍 캐릭터들이 그려진 간판과는 달리 내부는 꽤 고풍스러운 전통 카페입니다.
사장님도 나이 지긋하신 노신사분이시구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지극히 정성을 들여서 대접해주시더라구요. 쿠라요시에서는 계속 친절한 사람만 만납니다.
그리고 그 의문의 괴식 치쿠와 파르페. 저 뒤에 꽂힌 네개의 기둥이 치쿠와입니다.
보통 튀겨서 우동같은데 먹는 오뎅류의 음식입니다만, 오늘은 디저트로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맛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치쿠와는 기름기를 최대한 줄여서 그다지 느끼하지 않고, 안에 견과류같은게 들어가서 바삭하기도 합니다.
덜 느끼하고 쫀득한 맛은 탱탱한 젤리같아서 크림이나 아이스크림과도 나쁘지 않게 어울리구요.
그리고 또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카페에서 쿠라요시 중심가까지 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있지를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걸어가야 하나 싶었는데 카페에 같이 있던 단골로 보이는 다른 할아버지께서 태워주신다는겁니다.
걸어가면 거의 20분 거리라 이미 많이 걸었던 저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죠.
날씨도 별로고, 오는데 이것저것 사고도 많았지만, 이런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쿠라요시는 참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쿠라요시는 이 흰 벽의 건물들이 있는 중심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시라카베도조군이라고 해서 에도 시절부터 이어진 역사 있는 거리죠.
화재를 막기 위해 수로를 만들고 벽에 회칠을 한 것이 백년도 넘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흰색 창고 뿐 아니라 다른 건물들도 보존이 잘 되어 있습니다.
재밌게도 한국에서 패키지로 온 단체 관광객들이 있더라구요.
거기서 가이드들이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이곳의 역사를 알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은 퇴위한, 헤이세이 아키히토 천왕이 찾아오기도 한 곳입니다.
사실 한국보다 일본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일본에 이런 전통이 보존된 거리는 많지만 에도 시대 거리가 남아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나가사키와 아소산 이후로 처음으로 눈을 본 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고 금방 녹기 시작했죠.
흰 벽과 함께 흰 눈이 내리다보니 이 길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돗토리 시로 가려는데 이번엔 코난 열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아침에는 호빵맨. 저녁엔 코난.
이 쿠라요시 근처에 있는 유라에 코난 작가의 고향이 있거든요.
비단 코난 뿐 아니라 일본의 국민 만화 무덤의 키타로의 작가의 고향도 이 돗토리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기 열차 옆에 만화 왕국 돗토리라고 쓰여있을 정도죠. 사실 그 두개가 다지만 워낙 국민 만화니까요.
어찌저찌 도착한 돗토리역. 지금까지는 그래도 역들이 깔끔했는데 갑자기 확 낡아졌습니다.
시간이 6시인데 엄청 어두워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묶을 곳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주말이라 저렴한 캡슐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전부 만원이었거든요.
혹시나 방이 있을까 해서 역 주변을 걸어다녔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결국 호텔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호텔이란 곳을 간건데... 솔직히 비싼게 좋더라구요
대욕탕도 있어서 지금껏 다니면서 쌓인 피로도 어느정도 풀 수 있었고요.
하지만 거의 1주일 가까이 쌓인 피로가 목욕 한번에 풀릴 만한 쉬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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