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0. 00:57ㆍ2016년/일본 전국 일주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입사 연수를 하기까지 한달가량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보통 취업하면 가는 유럽을 가느냐, 아니면 꿈만 꾸던 일본 일주를 하느냐를 고민했는데요
같은 돈이면 유럽은 10일, 일본은 20일 있을 수 있다보니, 기왕이면 오래 갈 수 있는 일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짓이었음을...
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비행기! 취업도 했으니 큰 맘 먹고 대한항공을 타봅니다.
대단하더라구요. 겨우 후쿠오카 가는거 한 50분 떠 있나? 그런데도 기내식 주고.
여차저차 도착한 하카타역. 참 크고 이쁜 역이죠. 저도 좋아합니다.
JR역 중에서는 사실 나고야역이랑 삿포로역을 좋아하지만 여기도 참 이쁩니다.
이 날은 워낙 늦게 도착한 관계로 많이 하지 않고 바로 숙소로 갔습니다.
애초에 일본은 해만 져도 딱히 할만한 게 없는 곳이니까요.
다음날은 하카타역에서 텐진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봅니다.
과거에는 후쿠오카와 하카타를 나누던 나카가와가 흐르고 있습니다.
정비가 잘 되어 깨끗한 느낌이 들죠.
하카타역에서 걸어서 약 20분이면 니시테츠 텐진역에 도착합니다.
비록 JR이 서는 것도 아니고 후쿠오카 지방 사철인 니시테츠와 지하철들이 다니지만
후쿠오카의 상업적 중심가는 하카타보다도 이곳 텐진에 더 가깝습니다.
2개의 지하철과 니시테츠가 있고 그 주변으로 넓고 다양한 상점가들이 분포해 있거든요.
하카타는 역에서 조금만 멀리 가도 사무실만 나오기 때문에, 노는 재미는 하카타보다도 이쪽이 좀 더 좋습니다.
일본 전국 일주는 JR 전일본 패스를 사용하지만, 패스는 21일치고 여행은 24일정도라
후쿠오카에서만 있을 예정인 이 날은 후쿠오카 관광 패스를 사용했습니다.
니시테츠, JR, 그 외 버스나 지하철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죠.
이 날의 목적지는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다자이후
JR로도 갈 수 있지만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JR 다자이후는 다자이후에서 엄청 멉니다.
가까이 가고 싶으면 니시테츠 다자이후 선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편리합니다.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여기가 겁나 유명한 관광지라는 티가 팍팍 나죠.
하지만 비가 옵니다. 여행 첫날부터 앞으로의 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자이후에 온 것은 다자이후 텐만구를 보려는 것 보다도 바로 이 스타벅스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무 막대를 교차로 설치해 다른 스타벅스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인테리어를 자랑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란 곳이 저기 도야마에 있는데, 사실 인상적이기로는 여기만한 곳이 없죠.
스타벅스에서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다자이후 텐만구가 나옵니다.
텐만구는 일본 전역에 체인(?)을 두고 있는 신사 중 하나인데요.
비가 오는데도 다자이후에는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서고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눈에 띄죠.
그 이유는 바로 텐만구가 학업을 관장하는 신사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식들 머리 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참배를 하는 것이죠.
저는 이제 회사 들어가고 머리가 나빠질 일만 남았기 때문에 굳이 참배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후후
다자이후 텐만구 주변을 둘러보는데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한자는 잘 모르지만 대충 규슈 국립 박물관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근데 생긴 것만 보면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이 생겼죠. 이런 신기한 곳은 일단 가봐야죠.
하지만 겉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안에 들어가면 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합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갑자기 거대해지는 공간
규슈 국립 박물관이 나옵니다.
대충 규슈 지역의 역사에 대한 전시를 하는데요
규슈가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보니 한국과의 교류에 대한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다시 후쿠오카시로 돌아와서 캐널 시티로 갔습니다.
하카타역 주변에 있는, 쇼핑문화 복합단지로 유명한 곳이죠.
그곳에 미디어 아티스트로 유명한 백남준 씨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짧은 브라운관 작품이다보니 슬슬 맛이 가는 TV도 여럿 보이네요.
캐널 시티 꼭대기층에는 라면 스타디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돈코츠 라멘의 원류로 유명한 하카타에서 이름난 라멘집이 다 이곳에 있죠
제가 라멘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돈코츠 라멘은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먹어줍니다.
사실 하카타에서는 정말 어디서 돈코츠 라멘을 먹어도 다 맛있습니다.
물론 그 돼지 잡내와 느끼함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은 보통 이치란이나 잇푸도를 많이 가시죠.
하지만 그 느끼한 돈코츠의 본연의 맛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 라멘 스타디움을 오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미처 라멘이 다 소화가 되기도 전에 발을 옮긴 곳은
약간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 있는 작은 디저트 가게 프랑스 과자 16구 입니다.
크기는 작아보이지만 이곳은 나름 일본식 다쿠아즈의 원조 가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야말로 디저트의 왕국입니다.
물론 디저트는 대부분 서양의 것을 가져온 것이지만, 그걸 일본만의 독자적인 맛으로 승화시켰죠.
그리고 디저트 가게가 참 어딜 가도 많이 있습니다. 편의점에도 잔뜩 있고요.
일본에 오면 꼭 디저트를 먹어줍시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 영 글러먹은 날이지만 해가 지고도 또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이번에 간 곳은 후쿠오카 타워.
좀 이런건 도심에 있어서 야경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되게 외곽에 있습니다.
비도 오고... 날씨도 춥고...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문은 닫았고...
그래도 비 안개에 퍼지는 후쿠오카 타워의 빛은 꽤 멋있네요.
그리고 이걸 시작으로 일본의 수많은 타워를 가보게 되는데요
그 스탬프라고 하나 그런걸 좀 찍어둘 걸 그랬네요
이렇게 일본 일주의 시작인 후쿠오카는 마무리를 합니다.
어짜피 나중에 후쿠오카 자주 올거라는건 눈치를 챘습니다. 1시간 반도 안걸리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10분이면 오는데 여기를 자주 안 올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이제 다음 목적지는 나가사키입니다. 여기도 또 험난한 여행이 예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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